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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대학 학생회와 선거: 소통이 문제다
 용인춘추  | 2013·11·24 01:40 | HIT : 2,435 | VOTE : 423

11월이면 전국 대학들은 선거에 접어든다. 새 학년도를 이끌어갈 각종 학생회 임원을 학우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뽑는다. 작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이 비슷한 인원을 뽑는데, 그 숫자가 꽤 많다. 우리 대학만 하더라도 총학생회 회장과 부회장, 총여학생회 회장과 부회장, 졸업준비위원회 위원장, 총대의원, 각 단과대학 학생회 회장과 부회장, 각 학과 학생회 회장과 부회장 등만 보더라도 남학생은 5번 여학생은 6번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거의 모든 학생들은 선거에 관심도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선거에 대해 새삼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우리 학교만의 문제도 아니다. 어느 대학은 3년간 총학생회장 후보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올해 어느 대학은 후보자가 없어 단과대학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비상대책 위원회를 만들어 내년 보궐선거까지 학생자치를 이끌어야 하는 딱한 경우도 생겼다. 후보문제는 고사하고 선거를 하는 주체인 대학생들은 아예 선거자체를 경시하여 서울대학교 같은 경우도 50% 투표율을 못 채운 경우가 잦고, 올해는 전자투표까지 도입해서 50% 넘는 투표가 이루어질 때까지 투표시간을 계속 연장한다는 괴이한 방침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투표를 통해 학생회 임원을 뽑지 않을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총학생회 선거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장학금의 수령과 거대한 예산의 운용, 학교 당국과 협상을 주도하는 권력, 수 천 수 만 대학생들의 대표라는 정치적 위상, 언론에 쉽게 노출할 수 있는 인기, 졸업 후 리더십을 인정받아 취업에 유리한 조건 창출 등 학생회장이 누리는 이점은 아주 많다. 학생들을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업에 소홀하게 되어 공부에서의 성취를 많이 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직책임에는 틀림없다. 이 때문에 서울의 어느 대학은 재학생들이 이익만 노리는 총학생회 선거를 비판하는 방송을 만들 정도이고, 어떤 대학은 한 후보가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해 학내 문제가 학교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여 어떻게 순수한 학생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선거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으며, 실제로 훌륭한 지도자를 잘 선택하기만 하면 전체 사회가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고 큰 행복을 누릴 수도 있다. 지금부터 2천 년 전 중국 고대 한나라 때 황제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자 효성이 지극하고 청렴한 선비를 천거 받아임용하였다. 이것이 한자로 선거(選擧)라는 말의 유래이다. 그러나 이 선거는 최고 통치자가 아래 사람을 임용할 때 쓰는 방법으로 오늘날 선거를 통해 결정권자를 뽑는 행위와 다르다. 동양에선 이 선거나 나중에 시험을 봐서 선발하는 과거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과거시험을 본 나라이다. 그래서 선거에 익숙하지 못하다.

오늘날 선거의 기원은 서기전 6세기 쯤 그리스의 민회(民會)라는 곳에서 선거와 투표를 통해 각종 관리자와 대표자, 법관들을 선발한 데서 유래한다. 지리적 조건 때문에 그리스는 조그만 지역민들이 폴리스(Polis)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으며, 서로 잘 아는 사이에서 선거를 통해 사람을 뽑아 우두머리를 삼았다. ‘소통을 중시하면서 뽑히는 사람과 뽑는 사람의 의사교환을 핵심으로 삼았다. 선거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박수나 환호성으로 뽑는 수도 있고, 손을 들어 뽑는 수도 있으며, 대리인을 보내 의사를 전당하는 방법도 있고, 우월한 지위를 점하는 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뽑는 수도 있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희한한 방식도 있었다. 도편추방제(Ostrakismos, 영어로는 ostracism)라 불리는 방식으로 기왓장 즉 도편에다가 다른 나라로 몰아내고 싶은 사람 이름을 써서 6천명이 던지면 추방하는 투표였다. 나쁜 참주를 몰아내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나중에는 정적들이 좋은 사람을 추방하는데 악용함으로써 사라지게 되었다.

근대 유럽에서는 넓은 땅과 늘어난 인구 때문에 직접 선거와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자 대의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민의를 대변하는 사람을 선거를 통해 뽑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대한민국 성립과 더불어 이 제도를 도입하였고 지금은 사회 각 기관과 대학교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요즘도 중동 어떤 나라는 재산이나 성별, 종교 등에 따라 투표권을 여러 장 주는 제한선거를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성인남녀 누구나 선거권을 갖는 보통선거와 평등선거를 하며 본인이 직접 하는 직접선거와 누구를 찍는지 보여주지 않는 비밀선거를 하여 근대적이고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선거와 심지어 대학의 선거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선거의 번잡스러움이 무관심을 부르는 것은 아닌가. 학생회와 학생들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가. 소통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며, 토론을 통해 깊어진다. 대학은 지성인이 모인 장소이고 비슷한 나이의 청춘들이 사회정의를 다투는 장소이다. 선거만 끝나면 군림하는 학생회가 되지 말고 소통과 토론을 더욱 활성화하여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사를 정의롭게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학생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학생들의 신선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대학 선거가 활성화되고 다른 대안을 마련해가길 기대하면서 몇 가지 사족을 붙이면 이렇다. 누가 누군지도 모른 채 5-6번이나 투표를 하는 방식을 바꾸어보는 것은 어떤가? 두세 가지를 묶어서 한 번에 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어떤가? 간접선거, 공개토론회, 대자보 논쟁 등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실험이 대학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강의실을 전전하는 유세로 수업하는 교수들과 갈등할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아이디어를 짜 보길 기대한다. 대학의 아름다움 가운데 하나는 동기만 순수하면 실패해도 멋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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