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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약속은 지켜야 한다
 용인춘추  | 2013·11·05 02:04 | HIT : 1,981 | VOTE : 404

원칙과 약속을 지킨다는 대통령이 노인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됨으로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그것도 사사로이 개인끼리 한 약속도 아니고 온 국민을 상대로 공적으로 한 약속 즉 공약(公約)이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고 후유증도 클 듯하다.

약속이란 말은 일본식 한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쓰인 것이며 원래 한자어 약속(約束)은 통제하고 구속한다는 의미이다. 일본의 영향을 받기 전에는 약정(約定) 또는 약조(約條)란 말을 많이 썼다. 모두 새끼줄로 묶는다는 뜻이며 서로를 구속한다는 의미이므로 같은 뜻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약속은 눈빛이나 손가락으로 하는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언어로 한다. 언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큰 힘인 동시에 인간만이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때문에 언어로 이루어지는 약속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위대한 행위인 것이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약속을 어기는 것을 거짓말을 하여 남을 속이는 행위와 똑같이 취급한다.

목숨이나 재산, 명예, 인생, 신앙 모두를 걸고 하는 극단적인 약속을 맹서라고 한다. 盟誓라 쓰고 맹세라 읽는다. 옛 사람들은 곧잘 맹세를 하였는데, 아마도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서 극단적인 서약을 하였던 것이리라. 󰡔삼국지연의󰡕에서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복숭아나무 아래서 한 도원결의를 위대한 약속으로 칭송하는 것은 그만큼 약속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 아닐까. ‘비록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오직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죽기를 원한다는 약속을 날짜까지 지키지는 않았지만 세 사람은 끝내 지켰다.

사람은 누구나 말로 약속을 하는데 그 말을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맹약이니 규약이니 조약이니 서약이니 무수히 자가 들어가는 문서를 만들어서 약속 지키기를 강제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약속 지키기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2003년엔 용인대학교가 앞장서서 전국 규모의 사단법인 약속 지키기 운동본부가 설립되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무수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속은 사회를 유지해가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법을 만들고 법을 지킨다는 것은 사회적 약속을 정하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뜻이다. 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약속이야말로 세상이 있게 만드는 원천인 셈이다.

약속을 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권이고 약속을 지키는 것은 사회를 유지하는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모든 약속은 중요하다. 약속의 종류는 아주 많다. 자신과의 약속, 타인과의 약속, 불특정 다수와의 약속, 하느님과의 약속 등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삶에서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내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고, 남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세상과 더불어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공약을 지키는 것은 공동체를 위한 정치사회적 삶을 잘 살고 있다는 증명이고, 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스스로의 영혼을 구제하는 위대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오륜(五倫)을 강조하여 사회생활의 기본으로 삼고 오륜을 지키지 못하면 사람취급을 하지 않았던 것도 인간관계에서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약속은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공동체를 중시하면 사회적 약속이 강조되고, 공동체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면 개인 간 약속이 강조된다. 이 때문에 공동체 전체의 관계보다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개인만의 공간에서 컴퓨터와 휴대폰을 끼고 사는 오늘날, 약속의 기능은 크게 퇴화하였다. 오기로 약속한 사람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로 취급된다. 간다고 말해놓고도 전화를 해서 못가면 그만인 세상이 되었다. 말을 뱉어놓고도 상대 때문이 아니라 자기 개인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여러 사람 앞에서 약속을 해놓고도 자기 개인의 일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절대 개인(absolute individual)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공동체를 위한 약속 따위는 덜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절대 개인의 자유만 강조한다면 끝내는 공동체의 파괴와 사회의 붕괴에 이르게 된다. 내 몸이 좀 아파도 약속을 지켜야 인간사회는 유지된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바빠도, 환경이 아무리 달라졌어도 약속을 지켜야만 공동체는 원만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누구든 한 번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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