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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 구겨진 휴지조각속의 기억들: 나는 누구인가?
 용인춘추  | 2014·05·12 01:24 | HIT : 2,463 | VOTE : 388

인간이면 누구나 스스로 삶을 잘 살아가고 싶은 소망과 그에 걸맞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꿈이 많아 고민이 되던, 그러나 지금은 아득한 과거로 멀어져간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니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돌이켜보면 내가 한국을 떠나 낮선 땅에 이민자로 정착하면서 소중히 간직했던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서 그 끝을 상상 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민자로서 낮 설은 땅에 적응하고 자라면서 주위 환경과 사람들에 의해 티 없이 맑아야 하고 순수해야만 할 완전히 익지도 않은 두뇌와 여리고 순수했던 내 마음이 온갖 두려움과 갖가지 부정적인 생각들로 메워졌다는 생각을 해보니 저리고 아련한 안타까움으로 내 마음을 억누른다.

무엇보다 이즈음엔 내 자신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했던 것 같다. 어차피 모든 기억들은 잡힐 듯 말 듯 흔적도 없이 지나가 버렸고, 어린시절 내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은 모두 수고하지 않고도 쉽게 잊혀져 버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게 던져졌던 그런 말들이 불현듯 부메랑처럼 내게 무섭게 돌아와 내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고, 손을 대면 뜨거워 상처를 남길 매서운 영혼의 열쇠가 되기도 하는 것을 깨달으며 깜짝 깜짝 놀라는 것이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한때 마치 마술에 홀려 내 자신을 전혀 알 것 같지도 않는 곳곳에 스스로를 휴지조각처럼 구겨 넣은 채 때로는 고통스런 자신으로, 때로는 행복한 사람으로 스스로 올가미가 돼야 했던 자신으로부터 끝없는 탈출과 모험을 거듭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던 때는 더욱 그러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저런 좋고 나쁜, 기억하기조차 거북하게 느껴지는 과거의 기억들은 언제나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남아 쉽게 떠나지 않는다. 이런 과거의 기억들은 알 수 없는 의식의 창고 속으로 차근차근 쌓여 우리 스스로를 우리가 찾으려고 노력할 때 그 모습을 하나씩 드러내어 가끔씩은 으시시한 즐거운 비명으로 우리의 잠재력을 증명해 주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실재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옛 속담에 깊은 물을 떠난 고기는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시인이 쓴 시 구절에서 심술궂은 철학자가 따온 말이다. 깊은 물은 외부의 간섭과 인위적인 영향에서 얼마든 자유로운 곳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는 지켜져야 할 소중한 깊은 물로부터 자의에 의해서 아니면 타의에 의해서 모두 떠난 존재들이란 사실을 종종 잊고 사는 것 같다.

생각해 보자. 어린 시절 무한한 꿈과 환상이 오히려 힘겨워 고민해야 했던 그 아름다움과 가능성은 깊은 물로 돌아가 강요와 인위적인 통제에서 자유로워질 때만 되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지난 16년을 되돌아 보면, 나는 경험을 통해 너무도 분명하게 느끼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에게 이미 만들어진 인스턴트 음식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물리적인 힘으로 먹이려 한다면 이미 깊은 물 속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 결론을 가지게 된 것일까? 왜냐하면, 이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일어서고 자율적으로 자신을 개척해 가는 공간을 박탈하는 무서운 결과를 낳을 것은 물론, 깊은 물을 떠나 오염되고 인위적인 힘이 너무 난무해 순수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너무도 큰 부담과 장애가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아스팔트로 채색되어진 매끈하고 번지르르한 일차선이 아니라 넘어지면 피가 흐르고 심하면 병원까지 가야만 하기도 하는 진흙탕일 수 도 있고 역겨운 냄새가 나더라도 개의치 않는 왕복 이차선이다. 어린 시절 깊은 물은 바로 이런 것이다.

오늘날 가치판단의 기준과 시금석을 잃어버린 혼탁한 우리 주변 환경과 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과 해답이 바로 이곳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쉽게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