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6 (Sat) 10:37    
 
홈 > 칼럼/오피니언 > 이 한권의 책

TOTAL ARTICLE : 45, TOTAL PAGE : 1 / 3
[460]순수함을 지켜주는 <호밀밭의 파수꾼>
 용인춘추  | 2014·04·21 23:16 | HIT : 2,348 | VOTE : 284

서점에 들어섰을 때 세계문학전집 구역에서 우연히 집어든 이 책의 뒷면에는 나를 사로잡는 문구가 있었다. 그 문구는 바로 소년의 눈으로 본 위선에 찬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예민한 성찰과 젊은이가 겪는 성장의 아픔이었다.

이 책은 주인공 소년이 학교의 체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시 말해서 선생들이 하는 말들이나 행동, 그리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얼간이들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의 여동생 피비를 만나기 전까지의 이삼일간의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인 홀든은 내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실제로 자신의 행동에 변화를 주게 된다.

이 책 속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사실상 어른이 보기엔 사회 부적응자에 가까웠다. 실제로도 홀든은 마지막으로 다닌 학교의 교장에게서 인생은 게임이다. 그러니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 그리고 다른 선생 또한 이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홀든은 우수한 놈들 속에 속해 있다면 인생은 게임이 될 것이지만, 우수한 놈들이 하나도 없는 쪽에 속하면 그게 어디 게임이냐.”라고 속으로 교장의 말에 대해 강렬한 비난을 한다.

이런 방식의 사고는 내 어린 시절 선생들 즉, 어른들과 마주하던 나의 사고와 상당히 유사했다. 예를 들어, 홀든은 세상 어떤 것들은 자신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의 위선에 가득 찬 행동이나 지독히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우울해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펜시 고등학교 학생들의 이해할 수 없는 얼간이 같은 모습들을 보며 홀든은 견디지 못하고 싸워버리기도 한다.

책의 이러한 부분들을 보면서 사춘기 시절을 겪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때에 세상의 모든 것들이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차 있었다고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매체에서 나오는 말들이나 나이가 든 어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 같은 것들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개인이나 집단들이 지향하는 목적에 사람들을 동일시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누군가를 시대에 따른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려 하기보단 자신들과 똑같이 만들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다수가 언제까지나 이런 삐딱한 모습을 가진 것은 아닌 것처럼, 작품 속 홀든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를테면, 홀든은 택시를 탈 때 마다 기사들에게 센트럴 파크 연못에 사는 오리들은 겨울에 연못이 얼어버리면 어떻게 되냐고 묻곤 한다. 그러나 기사들 즉, 어른이 보기엔 그 질문은 보잘 것 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런 홀든의 모습에서 홀든이 여전히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홀든은 자연사 박물관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자연의 역사는 유리로 된 창 안에 오염되지 않고 순수를 간직하며, 언제 찾아오더라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순수의 보존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마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처럼, 시간이 흐르면 피비도 순수성을 잃게 될 것이고 타락한 어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속하는 순수란 없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순수를 상실하고 타락하며, 결국 허위와 가식 속에 살게 된다. 홀든의 고뇌는 바로 그러한 필연적 사실의 슬픔을 인식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여기서 홀든을 변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자기 자신의 여동생 피비 때문이었다. 홀든이 모든 걸 버리고 떠나기 전, 자신과 함께 따라 떠나겠다고 제 몸만 한 짐을 들고 나선 피비를 보고 결국 떠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홀든이 피비와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이란 노래에 대해 얘기할 때였다. 홀든은 호밀밭에서 몇 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홀든 자신 밖에 없다고 상상했다. 그리고 낭떠러지 옆에 서있는 홀든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을 보고 문득 생각했다. 홀든이 한 말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아마도 이 말의 의미는 순수함을 잃어버린 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이 그 순수함의 끈을 놓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지 않을까.

 

김지혜 기자

(chunchoo@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