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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 할로윈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용인춘추  | 2013·11·10 02:30 | HIT : 3,325 | VOTE : 441

지난 1031일은 할로윈이었다. 백화점을 비롯한 놀이공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매년 할로윈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열기도 한다. 할로윈 데이에 맞는 의상과 분장을 하고 고객들을 응대하는 분주한 모습을 한 두 번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할로윈은 미국에서 전파된 문화 중에서는 가장 늦게 한국에 자리잡은 행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미국 드라마에서 할로윈 파티를 하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저게 무슨 의미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색다른 파티를 하는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지만 여전히 할로윈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할로윈은 모든 성인의 날을 뜻하는 만성절의 전날 밤이라는데, 밤이 되면 아이들이 유령, 마녀, 괴물 복장을 한 채 잭오랜턴(Jack O’ Lantern)을 켜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사탕을 요구하는 할로윈 데이의 의미는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예수님의 생일날에 왜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가 예수님 대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인지도 따지고 물으면 그 의미를 알기 힘들다. 지금은 그저 흥미로운 파티문화가 한국에도 들어왔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할로윈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할로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 입장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앞서서 또 하나의 재정부담이 생긴 것이다. 기괴한 가면, 의상, 도끼나 망토, 빗자루 같은 할로윈 상품으로 한몫 챙기려는 상술에 넘어가지 않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인터넷 마켓에 나와있는 할로윈 분장은 수 십 만원이 넘는 것들이 즐비하다. 사실상 한번 입고 창고로 직행할 옷인데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매년 10월 마지막 밤에 열리는 할로윈 데이는 고대 영국의 켈트 족의 겨울맞이 축제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유래됐다. 그들은 이날 죽은 자들의 영혼이 되살아나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죽은 영혼들을 피하기 위해 혹은 그들을 기리기 위해 가면을 쓰거나 유령분장을 하고 기다렸다고 한다. 이후 로마가 영국을 점령한 후 영국 원주민의 문화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삼하인 축제를 없애기 위해 로마의 가톨릭 축제일인 만성절(111)과 연결시켜 기독교 행사로 변화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사실 할로윈은 만성절과 어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할로윈은 모든 성인(聖人)의 저녁인 만성절 (All Hallows Day, 111)의 전야제를 ‘All Hallows Eve’를 부르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유령복장을 하는 관습이 남아 오늘날 영미권 국가에서는 특이한 형태의 파티문화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미국 기독교에서 할로윈을 이교도의 행사로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래 할로윈은 영국 원주민들의 축제였던 것이다. 미국에서 할로윈의 역사를 살펴보면 주로 아일랜드 계열 이주민으로부터 전래되어 미국 사회에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할로윈은 유령들이 돌아오는 날인 만큼 유령이 했을 법한 소소한 장난이 허용됐다고 한다. 그래서 유리창을 깨는 등의 장난이 심했는데 나중에는 이것이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되자 사회적으로 심한 장난은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할로윈에 왜 어린 아이들이 마녀. 해적, 유령분장을 하고 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 (Trick or Treat)”라고 하며 귀여운 협박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옛날 아이들로서는 공짜로 사탕과 초콜릿을 맘껏 먹을 수 있는 즐거운 날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사탕과 초콜릿이 너무 흔한 요즘은 미국 아이들은 할로윈에 이웃집에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외에도 약간의 용돈을 기대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절로 느껴진다.

과거 무조건 미국을 따라 하는 것이 현대화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사대주의적인 시각은 이제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한국도 한류를 세계로 확대시킬 만큼 문화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할로윈 파티가 한국에서 날로 성황을 이루고 있고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무언가 새로운 즐거움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기독교철학에서 생각하면 예수의 탄생일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사건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기독교의 가장 기쁜 축제일은 크리스마스가 아닌 부활절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새해를 앞둔 시점과 거대기업인 코카콜라의 산타클로스 마케팅으로 오늘날 가장 즐거운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의 할로윈 데이는 분명 기원과 유래가 미심쩍은 외래 문화이며 할로윈을 바라보는 양분된 시각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문화 속에서 일탈감과 색다른 재미를 느끼는 것이 과연 옭은 일일까? 이미 한국에 전래되어 하나의 파티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우리의 고유 문화와 정서에 맞는 의미와 절차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